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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찬이
  • 박덕진
  • 2025년
  • 25분
  • 드라마
  • 12세이상관람가
지적장애 재판정을 통해 '장애 미해당' 판정을 받고 기뻐했으나, 역설적으로 마트 직장에서 퇴사당하며 비장애인과 지적장애인 사이의 '경계성 지능'이라는 현실적 한계와 마주하게 되는 영찬이의 이야기입니다.

박덕진
프로그램 노트
마트에서 묵묵히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영찬이는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장애 정도 재판정을 통해 지적장애 기준을 벗어나 '비장애인'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남들에게는 축하받을 일처럼 보이지만, 일반인보다는 지능이 낮고 지적장애 기준보다는 지능이 높은 '경계성 지능'에 속하게 된 이 순간부터 영찬이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박덕진 감독의 <영찬이>는 복지 제도의 헐거운 그물망과 그로 인해 사각지대에 내몰린 한 청년의 현실을 하이퍼리얼리즘 시선으로 포착해 낸 묵직한 사회 고발 드라마이자 성장 영화다.
영화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마트에서 퇴사해야만 하는 영찬이의 역설적인 비극을 조명한다. 국가가 정한 법적 기준의 선을 넘어 비장애인의 세계로 편입되는 순간, 그는 역설적으로 그 어떤 보호막도 없이 세상의 가장 차가운 바닥으로 내던져진다. 흔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할 수 없는 가혹한 생계의 현장에서, 영찬이가 마주하는 사회적 벽은 장애인일 때보다 훨씬 높고 견고하다. 감독은 이를 자극적인 신파나 감상주의로 포장하지 않고, 영찬이가 겪는 일상적인 당혹감과 막막함을 묵묵히 따라가며 관객에게 서늘한 현실을 환기시킨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무비블록 등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은 단순히 한 개인의 불행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흑과 백,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적 분류 체계가 얼마나 수많은 인간을 지워내고 있는지를 영찬이의 부서질 듯한 발걸음을 통해 증명한다. <영찬이>는 우리가 외면해 왔던 거대한 경계의 실체를 응시하게 만들며, 이 척박한 사회 구조 속에서 '경계성'이라는 이름으로 위태롭게 서 있는 수많은 영찬이들을 향해 우리가 건네야 할 진정한 연대와 배려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질문하는 수작이다.



감독 필모그래피


<얼룩> (2020년, 연출 및 각본)

<영찬이> (2025년, 연출 및 각본)